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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emy Ko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Щ-854. Один день одного зэка (Оди́н день Ива́на Дени́совича) One Day in the Life of Ivan Denisovich 아침 다섯 시, 여느 때처럼 기상을 알리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본부 막사의 레일을 망치로 두드리는 소리다. 소련의 굴라크를 배경으로 한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단편소설. 작가가 원래 붙인 제목은 "Щ-854. 어느 죄수의 하루"(Щ-854. Один день одного зэка)지만,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라는 제목의 인지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원제에서 "Щ-854"는 주인공인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의 죄수 번호이며, "зэка"는 죄수를 가리키는 은어이다.[2] 솔제니친은 독소전쟁에 장교로 종군하던 중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스탈린 및 소련 체제를 풍자하고 비난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1945년부터 1953년까지 약 8년 가량 굴라크에서 복역하였으며, 석방 후 1957년부터 이 작품을 저술하기 시작해 1962년 소련 문학 잡지였던 <노비 미르>에 투고했다. 솔제니친이 처음 투고했을 때 잡지 편집장이었던 알렉산드르 트바르돕스키는 작품에서 등장한 생생한 수용소 생활 묘사에 감명받아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에 직접 작품 출간을 허용해 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이를 접한 중앙위원회 간부들은 대부분 이 작품에 반대했지만 당시 스탈린 격하 운동을 주도하던 니키타 흐루쇼프가 작품을 마음에 들어하면서 출간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스탈린 이후의 소련이 이러한 자체 비판적인 작품까지 공개 발표할 수 있을 정도로 달라졌음을 대내외에 보여주겠다는 취지였다. 영역본의 경우 판본이 다양하여 최소 다섯 종의 판본이 존재하는데, 이 중에서 하나를 읽어야 한다면 윌레츠(H. T. Willetts)가 번역한 판본을 추천한다.[3] 해당 번역본은 거의 유일하게 러시아어 정본에서 직접 번역했고, 생전 솔제니친의 인가를 받은 유일한 영역본이기 때문이다.

1개의 댓글

  • ahahTl

    @Jeremy Ko 1951년 1월 1일[4] 중노동 수용소[5]에 수감된 주인공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가 기상 신호를 듣고 잠에서 깨어 강제 노동 후 취침에 들어가기까지 꼬박 하루 동안 그와 주변 인물들에게 일어난 일들을 통해 당시 소련 굴라그의 생활상을 묘사하고 있다. 이걸 보면 스탈린 치하의 소련이 얼마나 막장이었는지 알 수 있다. 수용자들은 빈대 투성이인 낡은 침구를 쓰고 죄수복도 낡아 빠진 옷감으로 만들어져 추위를 막기 역부족이다. 끼니라고는 취사반원들이 자기 몫으로 실컷 빼돌려 겨우 몇 숟가락밖에 안 되는 죽(гречневая каша)[6], 썩은 생선과 야채로 멀겋게 끓인 수프(баланда)[7], 제대로 굽지 않은 딱딱한 흑빵(хлеб)[8]과 썩어서 곰팡내가 진동해 아무도 마시지 않는 최하급 차가 전부다. 그나마 5일 중 하루는 절식일[9]로 지정해 이것조차 최저한의 보장된 양만을 배급하기 때문에 그 때마다 죄수들은 주린 배를 움켜쥐며 버텨야 한다. 급식이란 모자랄 것에 대비해 정량 이상 준비하는게 상식이지만, 정량대로 줘도 나중엔 모자란 상황이니 정확히 인원수×일인당 규정 급식량을 가져와 취사를 하고, 거기에 급식에 먼저 손댈 수 있는 사람들은 배가 부를 때까지 먹고 배식을 하니 항상 모자랄 수밖에 없다. 결국 아우슈비츠마냥 대놓고 굶겨 죽이는 곳은 아니지만 주는대로 먹으면 건강이 빠르게 망가지므로 외부에서 식량 소포를 받거나 품을 팔아서 더 챙겨먹어야 한다. 주인공 슈호프는 가족이 가난해 소포를 받지는 못 하지만 손재주와 수완으로 그럭저럭 먹고 살고 있는데, 이도저도 아닌 자들은 남이 먹은 접시를 핥거나 구걸을 하다가 손찌검을 당하는 비참한 모습이다. 교도관들은 죄수를 거의 인간 취급하지 않고, 좀 걸리적거리거나 뭔가 수상쩍어 보이면 채찍을 휘두르는 악질 교도관도 나온다. 사실 굴라드의 교도관들도 거진 좌천된 것이나 다름없는 이들로, 실제로 죄수 신세를 겨우 면해 간수 노릇을 하는 자가 많았다. 보급이 죄수들보다 좀 낫고 죄수들을 부려먹을 수 있지만 열악하긴 마찬가지라 스트레스를 죄수들을 괴롭히면서 푸는 신세다.